봄날 오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따사로운 눈길을 주었어요
땀이 배어나오는 햇살에
이름도 모르는 꽃을 심었어요
지분거리는 흙발로, 슬이라 린이라
꽃말을 생각했지요
봄날 오후
참쑥 푸른 핏줄 흐르는 아이들
모종삽 들고 두꺼비처럼
이 곳에서 헌 집 헐겠어요
바람이 불면 고개들어
새로운 꽃을 피우겠어요
노랗고 질긋한 꽃
월롱천변 지천으로 흩어진
낯선 형제들의 무덤 속까지
단단한 씨앗을 심겠어요
가위 눌리는 밤마다
아지랑이 어지러운
봄날 오후였어요
ㄷ 모양의 화단 한 가운데
몇 그루 나무를 심고요
봄꽃을 둘렀어요
서른의 가구 수만큼
꽃모종을 옮기며
번호를 붙이고요
주위를 돌며 지줄거리는 아이들
꽃이라 부르고요
보름달랑2
가입일 | 2018-01-14 | 접속일 | 2018-09-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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