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하나 없는데
18-07-21 11:02 853회 0건

너를 찾아 나서다

 

벌거벗은 영혼은 옷깃을 여민다

안간힘을 써도 스며드는 고독의 냉기를

피해 웅크릴수록 처참한 계절

바위처럼 얼어붙은 몸뚱이 위로 펄펄

눈송이가 날리고 마음 덥혀줄

등불 하나 없는데 또다시 희망의 자취를

찾아 하염없이 길을 걷는다

 

맑은 눈을 호수처럼 뜨고 부드럽게 가만히

어깨를 감싸 안으며 두텁고 견고한 믿음을 주는 하늘아

세월에 닳아 둥글어진 조약돌을 옛날이야기처럼 길게

나열하고 유유히 밤새워 조잘대며 흐르는 강물아

지쳐 쓰러진 별을 쌓아 불기둥처럼 반짝이는

탑을 만들고 슬며시 대지를 뒤덮는 어둠아

세상에 널린 미소 눈물 슬픔 기쁨 사랑아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그리움아

지난 것에 대한 아쉬움아

 

만져지지 않는 실체

만져지는 허구와도 같은 너를 찾아

길을 걷는다 길을 걷다 보면 너를 만난다

불완전한 것들과 살아가는 조각난 보석 같은 너를 만난다

조각난 우리가 언제 어디서 만나 하나의 영혼으로 서로

아! 따스하게 안아줄 것인가

걸어가면서 묻는다 묻다 보면 걷고 있다

창백한 겨울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모퉁이를 돌아온 바람과 함께


사진없음
보름달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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